- 보호처분 청소년에 식사 제공
- 식당·식자재 업주 40명 동참
- 최근 주 1회 축구경기도 개최
- “밥 먹고 싶어 범죄 노출 안 돼
- 배 고플 때 동심밥심 찾아라”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법원의 보호 처분 가운데 가장 낮은 1호 처분을 받고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지내는 보호소년들의 식욕은 남다르다. 전문가들은 보호소년의 배고픔이 부모와 사회의 관심에 굶주린 이른바 ‘정신적 허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배불리 먹어본 적도, 배부르게 먹여준 부모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보호소년들을 위해 부산지역 식당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화제다. ‘아이(童)’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심)’은 따뜻한 ‘밥’ 한 끼의 ‘힘(심)’이라는 뜻의 ‘동심밥심’이다.

동심밥심 김은석(47) 사무총장은 “소년법정 재판을 방청하고, 청소년회복센터를 방문한 이후 의식주 가운데 ‘식’,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아이들에게 배부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며 “한창 먹어야 할 나이에 굶주리고 나아가 가정의 식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미력이나마 돕겠다는 심정으로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진국면국’이라는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김 사무총장은 매주 한 차례 보호소년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있다. 동심밥심에는 돼지국밥 식당과 중국집, 분식집 등 이웃에 있는 ‘식당 아저씨, 아줌마’가 대거 참여했다. 설립 3년이 지난 현재 부산지역 40여 개 식당과 식자재 업체가 동참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의 식당은 동심밥심 1호점이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 아이들이 정말 배가 고파서,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서 절도를 하는 등 이런 이유로 범죄에 노출돼서는 안 된다”며 “보호소년들에게 ‘이런 유혹에 빠질 때 동심밥심 마크가 붙은 식당을 무조건 찾아라’고 말하고 있는데, 동심밥심은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에는 동심밥심 점포에 식자재를 후원해주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밥 한 끼 대접하는 동심밥심 사업과 함께 축구를 통해서도 보호소년들과 교감하고 있다. 보호소년 등으로 구성된 만사소년FC를 만들어 매주 한 차례 축구경기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 저녁으로 돼지국밥을 먹는다. 김 사무총장은 “점심 때 축구 하러 부리나케 뛰어나가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봐라. 그 나이 때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축구 시합을 기다리는지 비가 와도 시합을 하자고 조른다”고 말했다.

만사소년FC의 소식을 접한 부산과 경남의 프로축구단이 유니폼과 장비 등을 후원하고 있다. 부산에서 시작한 만사소년FC는 청소년회복센터가 있는 경남과 대전으로 확대돼 3개 팀 체제로 운영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사소년FC는 다음 달 24일 부산외대 운동장에서 제1회 만사소년배 축구대회를 연다.

김 사무총장은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더 많은 일은 할 수 없지만 건강한 몸으로 아이들과 실컷 공을 찬 뒤 국밥 회식을 하는 것은 나의 보람이자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공깃밥 서너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면서 ‘국밥은 신이 내린 음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아이들을 보면 온몸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듯하다”고 부연했다.

김 사무총장의 선행에 보답하듯 식당을 찾은 아이들은 바쁜 저녁 시간 식당 일을 돕는다. 뜨거운 국밥을 쟁반에 얹어 식탁으로 배달하거나 식사가 끝난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까지 자발적으로 나선다.

김 사무총장은 “보호소년이라고 동네 아이들과 다른 건 전혀 없다. 부모를 비롯해 누군가가 보살펴 줬다면 행복하게 컸을 보통 아이들”이라며 “이런 아이들이 배가 고플 때 눈치 보지 말고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식당,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손을 먼저 내미는 어른이 많은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송진영 기자    

‘동심밥심’ 김은석 사무총장이 부산 금정구 부곡동 진국면국 식당 앞에서 후원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