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으로 1년간 발생하는 비행 청소년 수는 대략 7만5000명에 이른다. 그중 5000명가량이 소년교도소, 소년원, 소년법상의 6호 처분 기관에 격리돼 생활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모두 정원을 초과했다. 아이들을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과밀 수용상태이다. 7만 명 정도의 비행 청소년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그중에는 보호자가 방치하는 소년이 많다.

중학교 3학년인 쌍둥이 형제의 부모는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등으로 이혼했고, 어머니는 우울증 등으로 이들을 보살필 형편이 되지 않았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용돈 마련을 위해 돈을 훔쳤고, 중 1 때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청소년 회복센터에 위탁됐다. 이들은 회복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사춘기를 겪기도 했으나 재비행은 저지르지 않았고, 1년간의 위탁 생활이 끝난 뒤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은 물건을 훔치다 다시 잡혀 재판을 받았고, 회복센터에 위탁돼 재비행 없이 6개월간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가정형편에 변함이 없었던 이들은 다시 물건을 훔쳤고, 세 번째로 회복센터에 위탁돼 생활하고 있다. 만약 회복센터가 없었더라면 이들은 지난 3년간 수많은 절도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좋을 게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복센터가 있었기에 이들은 적어도 회복센터에 위탁된 동안은 전혀 비행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다. 회복센터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는 사례다.

2016년 5월 ‘청소년 복지지원법’의 개정으로 청소년회복센터가 ‘청소년회복지원시설’로서 공식적인 지위를 얻었다. 남은 과제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다. 현재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은 법원에서 지급되는 ‘교육비’와 소년사건의 ‘국선보조인 수당’과 시민의 ‘후원금’으로 겨우 운영되고 있다. 센터 운영자의 급여를 지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센터의 운영자들은 이른바 ‘열정페이’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기관은 결국 국가다. 개인이 국가를 대신해 돈과 시간을 투입해 비행 청소년의 재범 예방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범죄 예방책을 만들어야 할 국가는 범죄 예방을 위해 걷은 세금을 쓰지 않고도 범죄 방지 효과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지 않은가. 국가가 청소년 회복지원 시설에 예산을 지원해야만 하는 당위가 이것이다.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국제신문]